‘실업 장수생’ 어떡하나
‘일년을 보고 농사를 짓고, 십년을 보고 나무를 심고, 백년을 보고 인재를 키운다.’
한 해 계획을 세울 때 이 말을 떠올리곤 한다. ‘당장을 보지 말고 먼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계획을 어떻게 세우냐에 따라 실천 방법과 도달기간,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100년 이후를 책임질 우리나라 고용정책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매년 우수한 인재들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이상 실업자는 34만6,000명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특히 지난해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경기 회복세를 자랑한 해였음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국내 경제정책이 양적인 팽창에만 급급해 고용창출이나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인색하지 않았는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가 예산까지 지원해가며
청년인턴제를 시행, 고용창출 효과를 자랑해왔지만 그에 대한 결과는 실망만 안겨줬다.
청년인턴제가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단기 아르바이트 수준인데다 참여
대상도 사실상 대학재학생 위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기술교육과 같은 일명 알짜배기 정책 지원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실업자들은 참여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사각지대로 내몰려
‘실업 장수생’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가 발전을 위해 1년 농사와 같은 정책과 나무를 심어 열매나 목재를 얻을 수 있도록
10년짜리 정책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세계 여러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100년짜리 정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들은 ‘지역에 인재가 없다’, ‘3~5년 경력자를 찾기 어렵다’는 말들을 쉽게 한다.
그 순간에도 청년들은 발품을 팔며 이력서를 내고 있고, 일자리를 찾아 타지역으로 떠났다.
또 불황이 계속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신규고용은 손에 꼽을 만큼 찾아보기 힘들다.
그 사이 인력시장은 동맥경화가 일어난 것이다. 고여 있는 물은 언젠가는 썩는다.
그 물이 썩어 애물단지가 되기 전에 막힌 곳을 뚫어줄 대책이 필요하다.
올해는 경기가 더욱 좋아진다고 한다. 기업과 국민 모두 웃을 수 있도록
고용시장의 문이 활짝 열리기 기대해 본다.